FC서울의 상징과도 같았던 기성용이 마침내 팀을 떠난다.
서울 구단은 25일 공식 발표를 통해 “FC서울의 영원한 레전드 기성용이 팬들에게 잠시 이별을 고한다”고 전하며, 오랜 인연의 끝을 알렸다. 이로써 전날 제기된 포항 스틸러스 이적설은 현실이 됐다.
서울 측은 기성용의 결정을 존중한 결과라고 밝혔다.
구단은 “이번 결정은 올 시즌 FC서울 선수단 운영 계획에 기회가 없음을 확인한 기성용 선수가, 남은 선수 인생에 있어 의미 있는 마무리를 위해 더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고, 이를 구단이 수용하며 이루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성용은 서울 유스팀을 거쳐 2006년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스코틀랜드 셀틱, 잉글랜드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며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그리고 2020년, 유럽 생활을 마무리하고 친정팀 서울로 복귀하며 K리그 복귀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2024시즌부터 변화의 조짐이 시작됐다. 김기동 감독 체제에서 기성용은 점점 출전 기회를 잃었고, 최근 부상 복귀 이후에도 명단 제외가 반복됐다.
출전 기회를 되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 본인의 의지에 따라 이적이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은 이날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는 “이런 결정을 내려서 너무 아쉽고, 팬들을 생각하면 이게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다만 선수로서 너무 초라하게 끝내는 건 싫었다. 외부의 시선은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부에서 믿음이 없다고 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직접 심경을 밝혔다.
서울 구단은 이번 결정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오래된 인연만큼 FC서울과 기성용 모두 긴 고심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라고 강조하며, 구단과 선수 간 깊은 신뢰와 고통이 수반된 결과임을 덧붙였다.
기성용의 서울 이탈이 확정되면서, 그의 새 둥지로는 포항 스틸러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양측은 이미 세부 조율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식 발표가 머지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을 떠나 포항 유니폼을 입은 기성용이 필드에 서는 장면은 조만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은 이와 함께 기성용에게 ‘레전드 예우’를 약속했다.
향후 은퇴식은 물론, 지도자로 제2의 축구 인생을 시작할 때도 구단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단은 팬들에 대한 사과도 잊지 않았다. “이번 일로 마음속에 큰 상처를 받으신 팬들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구단과 선수의 약속이 성실하게 지켜질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오는 29일, FC서울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있다.
기성용의 이적 절차가 빠르게 마무리된다면, 서울을 상대한 그의 첫 경기가 운명처럼 펼쳐질 수도 있다.
이별의 감정이 채 가시기도 전, 팬들은 낯선 유니폼을 입은 기성용을 눈앞에서 마주하게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
